2 :: 08일 심야 -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난 녀석.
라면집을 뒤로 하고 호텔 와곤에 몸을 실었다.
우메타 녀석은 한 주라도 점프를 거르면 안되는 녀석이라 편의점에 가서 점프를 사고 싶다고. 또 그러는 김에 나한테 건담 제비 뽑기가 생겼으니 구경 시켜주겠다며 나를 차에 밀어넣었다 -_-;;;
알고보니 그 제비 뽑기라는 게, 세븐 일레븐 35주년, 건담 30주년 기념으로 공동 페어를 하고 있는 거더라. ─연방의 하얀 젤리라던가 그런 것도 팔고 있더라는;; ─ 한 300엔 했으면 해볼 마음이 들지 않을 것도 없었지만, 500엔이나 하는지라 옆에서 이런 것도 추억이라며 해보라고 찌르는 악마 녀석을 가볍게 찍어내며 꾸욱 참았다.
우메타 : 아, 하로 당첨됐다;...엑? 아아, 여기 이 쬐끄만 녀석이겠지.
설마, 특상이라고 적혀있는 이 32Cm짜리 하로 봉제인형은 아닐테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점원이 어디 딴데로... 어이, 어디가;;
케헷...아니, 그러니까 그런 짓 좀 하지 말라니까능;;;
여튼 놀랍게도 이 녀석, 단 한번에 특상을 찍어냈어;; 우와, 대단해;
그러고 놀라고 있으려니 이 녀석, 재미들렸는지 한 번 더하겠단다. 에이, 설마 두 번이나 월척이 걸리겠냐? 돈 날리는 거라니까?
...설마는 사람을 잡는 법인가보다 -┏...이번엔 1등상. 30주년 건담 피규어. 이 녀석, 뭐하는 색히야 -_-;;;
뭐어, 이 녀석이 건담을 좋아하지 않는 고로 결과적으로 피규어는 내 차지가 되었다 -_-; 실은 처음엔 하로를 줄까 하는 얘길 했었는데, 하로는 넘흐 커서 넣을 데가 없을 것 같아;;
여튼, 쓴 돈도 없이 그냥저냥 뿌듯하고 고마울 수 있었던 편의점 구경. 그리고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난 인간인지, 평생 파칭코에서 쓸 행운 여기서 다 써버린 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녀석.
...그리고, 이 건담. 과연 가져갈 수는 있을까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한 나, 25짤.
3 :: 09일 아침 - 쌈지돈딱히 여기 사람들에게 뭔가 해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단 생각도.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말은 잘 안 통해도 웃어른은 웃어른답게 공경하는 것과 노체로는 버거울 듯한 일을 내가 도맡는 일 정도라 생각하고 일을 했을 뿐이다.
아침에 일을 나가니, 함께 일을 하던 아주머니들이 우리 얘길 하고 있다.
내일 떠나지? 아이구, 섭섭하네. 앞으로 어떻게 일한다니 등등
그러다 한 아주머니가 내게 와 하얀 티슈로 꽁꽁 싸맨 네모반듯한 것을 건내주었다.
토미나가 아주머니 : 가면서 도시락이라도 사 먹어, 죤 씨. 몸 조심하고한사코 거절을 하려 해도 주변에서 워낙 챙겨두라고 하는 통에 주머니에 넣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쌈지돈적은 돈이었다. 그리고 일본 돈 치고는 꼬깃꼬깃한 돈이었다.
어딘지 한국서 인사드리고 나올 적에 할머니가 쥐어주던 돈인양 푸근하게만 느껴졌다. 아들 같아서, 손자 같아서 주신 거겠지. 액수는 적지만 너무도 귀중하게 느껴졌다. 토미나가 아주머니, 고마워요~
4 :: 10일 아침 - 웬수는 갔다.
어제부터 부랴부랴 서두르더니, 룸메 녀석이 오전 중에 먼저 이곳을 떠났다.
뭐어, 예상대로 늦잠은 늦잠대로 잤고, 짐도 덜 싸져있어서 허둥지둥.
짐은 짐대로 불어나서 당초 올 때의 두 배 정도가 되었다.
...그러게 작작 좀 사던가 미리 한 번 싸보고 우편으로 붙이던가 하라니까.
...라는 잔소리가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꾸욱 참았다.
그닥 잔소리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마지막이니
그냥저냥 보내버려야지- 싶기도 했고.
뭐라고 한들 '괜찮아, 마중 오는 녀석한테 들라고 하지 뭐' 라고 할 게 뻔하니까.
10시에 여기 직원 중 하나가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길래 그 사람의 호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녀석이 조른 거라고, 직원이 나한테 하소연했다는 건 비밀 -_-; ─그러고보니 군대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왜 나만 붙들고 하소연들이여;─
여튼, 그렇게 녀석은 떠났다. 악수 하자며 손을 먼저 내민 건 나였고, 쇼맨쉽을 중히 여기는 녀석 답게 와락 부둥켜 안은 건 녀석이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 속에 민폐와 아쉬움과 후련함 등의 복잡미묘한 기분을 남긴 채, 녀석이 떠났다.
녀석이 군대를 동경한 까닭일까, 그닥 떠올리고 싶진 않았지만 어쩐지 기분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선임 내지는 동기 놈이 '먼저 간다~' 하고 떠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달까.
방으로 돌아와 봤다.
녀석을 배웅한다고 급하게 갈아입은 옷가지 등의 내 짐. 그리고, 녀석이 남긴 빈공간만이 그곳에 있었다. 같이 살던 어디서 굴러먹은지 모를 X개도 집 떠나면 서운한 게 사람 마음인데, 사람이 떠나니 과연 조금은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3개월 동안 같이 고생하고 삐걱댄 사이인데.
문득, 내쪽에선 저 녀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건 잘못이다 저건 옳다 했지만 녀석은 내게 그런 말을 그닥 하지 않았음이 떠올랐다. 갑자기 녀석의 눈엔 내가 어떻게 비췄을지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과연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지, 그러고 싶어질 지, 만나고 싶어질 지 확신할 수 없다.
5 :: 떠날 준비.아침에 녀석을 보내고서, 계속 빨래를 하고 있다.
여기 보일러실에 널어두면 3~5시간만에 전부 말라버리니까.
다 마르면 대충 짐을 추려볼 생각이다.
청소를 해야겠다. 아무리 허름한 방이었다지만, 어찌되었건 3개월이란 기간 동안 비바람 막아준 지붕이 있는 고마운 방이니까. 비도 안 새주었고 말이지.
이것저것 가는 길을 조사해뒀다. 시골이다보니 니가타 역까지 나가는 게 가장 문제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 곤란한 짐도 있으니 환승 등의 고생을 하더라도 그냥 전차를 탈 것이요, 비가 안 오면 편하게 고속 한 방에 가게 될 것이다.
...근데, 내일 이곳 니가타의 강수확률은 80%다 -┏
아놔...
우선은 자기 전에 한 번 더 포스팅을 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인사도 하고 이것저것 짐도 챙기고 하다보면 그럴 시간이 될런지 모르겠다. -_-a
뭐어, 이건 이것대로 마무리를 장식하는 포스팅으로서 그닥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여기 떠나네 어쩌네 하는 포스팅이 된다면 질질질질 늘어나는 글이 되어서 금방은 무리일테니, 적당히 정리해서 교토에서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고.
...아아, 별 것도 아닌데 괜히 센티해지네 이거 -_-a